미디어 이야기2000.01.02 00:00
새천년의 첫날 아침.
신문과 방송 등은 오늘도 어김없이 밀레니엄의 선언과 동시에 각 특집으로 지면과 화면을 가득채운다.
2000년, 그리고 새천년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평가한다.
그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 3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한겨레신문.

조선일보의 신년호 1면 사고(社告) 제목.
""" '21세기 인터넷강국' 조선일보가 이끕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지난 세기 조선일보의 정보화 슬로건이었습니다. 새 밀레니엄과 창간 80주년을 맞는 조선일보의 슬로건은 '인터넷 강국이 되자'입니다. 폭풍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정보화물결을 맞아 조선일보는 인터넷을 종이신문과 더불어 미디어의 양 기둥으로 삼아 '인터넷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하고자 합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목표아래 독자들이 어떤 장소에 있든지, 어떤 통신수단을 이용하든지 1등 신문의 최고 뉴스를 제공받도록 24시간 잠들지 않는 뉴스 사령탑을 구축, 본격 가동하고자 합니다.(Anywhere Any Media No. 1 News Service)

그리고 중앙일보.
[2000년대의 중앙일보] 종합 미디어 네트워크 발돋움.
중앙일보는 밀레니엄을 맞아 신문과 방송, 인터넷과 출판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미디어 네트워크로 탈바꿈한다. 이를 위해 중앙일보는 현재의 뉴스룸을 단계적으로 디지털체제로 전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심층분석된 뉴스를 신문.방송.인터넷신문에 실시간(real time) 서비스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중앙일보 미디어 네트워크는 독자가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생활의 일부분으로 뗄 수 없는 파트너가 된다.

아...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우리나라 20세기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신문으로 모자라 이제 '종합미디어그룹', '미디어네트워크'로 나선단다.
어떤 장소에 있든지, 어떤 통신수단을 이용하든지 조선일보를 봐야하고,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중앙일보를 생활의 일부분으로 뗄 수 없는 파트너로 삼게 만든다는 소리다.
그럼 이런 조선과 중앙의 신년 선언은 한낱 허상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인가.
불행히도 나는 정말로 현실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한겨레신문를 보면 곧 알아차릴 수 있다.

한겨레신문 신년호 별지(21면).
[정보도 복지다] 소득 격차가 인터넷 격차
'21세기는 정보시대'라는 규정에 토를 달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 정보시대의 살 길로 '모든 길은 네트워크로!'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가자!'따위의 구호를 외쳐댄다. 한국사회의 정보화는 아주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치의 상승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시대 사람들을 지구촌과 접속시켜주는 생명선인 컴퓨터·피시통신·인터넷의 이용율을 성·소득·학력별로 나눠 보면, 정보화의 겉모습과 전혀 다른, '양극화'라는 속살이 드러난다. 정보화가 '디지털 (계층)분화'를 가속화하며 정보강자와 정보약자로 새로운 빈부 양극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정보시대에는 사회적 격차가 줄 것"이라던 미래학자의 낙관이 무색한 현실이다.

그렇다. 정보사회는 그 낙관적 견해에 못지 않게 또다른 계급을 만들어내는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그 계급 역시 자본의 힘에 근거한다는 데서 기존 제도권력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선과 중앙은 그 기존의 권력을 이용해서 정보사회에서 모든 정보를 독점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그 문제점을 지적할 뿐이다. 21세기가 되어도 권력이 바뀌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20:80의 사회. 20의 편견이 나머지 80을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정보사회는 과연 80이 지배하는 사회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20조차도 많다고 생각하는 조선과 중앙에 지배당할 것인가.

나는 21세기 우리들의 화두를 오늘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또다시 언론개혁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80의 힘을 역량을 모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그 역사적 사명의 한 가운데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0-01-02 00:00 오마이뉴스에 쓴 글>
Posted by 강정훈닷컴 정훈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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