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야기2008.07.22 16:55

대통령 한명 바뀐다고 이미 고도화된 이 사회가 당장 어떻게 될까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건 다 철없고 순진한 생각이었다. 정권의 성격이 이전 10년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시대는 사회의 한쪽에 쌓여 있는 기득권을 해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명박 정권과 기득권 세력은 쟁취한 권력을 최대한 행사해서 기득권을 강화하고 지키려고 하는 큰 차이점이 있는 것을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다.

KBS 신태섭 이사의 2번에 걸친 해임과정은 70~80년대 그때 그 시절 힘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KBS 이사를 그만두지 않는다고 엉뚱한 핑계를 갖다붙여서 대학교수를 해임되게 만들고, 그렇게 대학에서 해임되었기 때문에 KBS 이사에서 해임시키는 모습은 차마 상상할 수 없었다.

공영방송 KBS를 사실은 정부산하기관, 관영방송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고, 검찰까지 동원하면서 정연주 사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 안달이다. 정말 도대체 정연주가 왜? 아니 KBS 사장 자리가 뭐길래 저토록 대놓고 난리인가 이해가 안될 정도다.

방송은 전파를 사용하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다. 전기나 수도와 같이 사회의 기반시설 역할을 KBS, 특히 1TV가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거기 준세금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시청료를 내기도 한다. KBS를 말할 때 국가기간 공영방송이라는 별칭이 따르는 이유이다.

실제 지배구조상 부분적으로는 관이 개입된 성격도 있지만 언론의 특성을 감안하여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해주었다. 이는 정권의 방송이 아니라 국가의 방송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낙하산이 무서운 이유가 있다. 사장 한명 바뀐다고 회사나 조직이나 뭐그리 크게 달라지겠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 5개월을 통해서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 나랏일도 그런데 작은 규모의 통제된 회사나 조직은 오직하겠나.

꼭 정치권력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 하향식으로 임명되는 사장을 가진 주변의 회사들을 살펴봐라.

사장이 바뀌면 대개 자신이 뭘 해보려고 한다. 자신의 시선으로 무엇을 할지 골몰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 조직의 어두운 면은 모두 과거에 뒤집어 씌운다. 모든 기준이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잘된 것은 자신과 그 새로짠 판을 기준으로 만들게 되고 잘못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은 과거의 것이나 자신이 만든 줄에 서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덮어 씌우게 된다. 거기에 개혁이나 변화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기도 한다.

자신을 낙하산으로 투여해준 임명권자에게 어떻게든 포장해서 그럴 듯한 자신의 실적으로 만든다. 진짜 문제는 그것은 그 회사와 조직원들의 발전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게 가능한 것은 인사권과 돈줄이다. 핵심 요직과 자신의 주변에 자신의 룰을 충실히 따르는 자들로 채우고 그쪽으로만 돈을 쓴다. 또 그래도 당장 회사가 망하지도 않는다. 그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애쓰는 것도 나름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구성원이 힘을 합쳐서 박박 대들면서 개기거나, 힘이 없거나 빠져버리면 꼬박꼬박 챙겨주는 월급받으면서 고분고분 조용히 지내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자의던 타의던 때려치거나.

YTN노조가 구본홍씨의 사장실 출근을 2일째 잘 막아주고 있다. 하지만 구본홍씨 혼자 출근할리는 없고 그 와중에 용역을 동원해서 이사회 준비하고 진행하고, 구본홍 출근을 마중나가는 간부들의 모습을 놓칠 수가 없다. 그들도 같은 YTN 사람들인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KBS 입구에도 먹구름이 도사리고 있는 모양새다. 언제 태풍으로 바뀌어서 돌진할 지 모른다. 그럼 어떻게 될까?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 무서운 세상이다.

Posted by 강정훈닷컴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