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야기2008.10.04 23:10

오전에 TV채널을 돌리다가 故 최진실 발인과 화장식장을 생중계하는 케이블TV의 연예정보채널을 보게 되었다. 국민 여배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생중계하면서 관련한 여러 소식들을 전해줬는데 그 중 일명 '최진실법'과 관련한 내용도 있었다. 연예인에 대한 악플에 대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명 '최진실법'이 꼭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몇번 나왔다. 

이후에 다른 뉴스 시간에도 한나라당에서 최진실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야당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사이버모욕죄 및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일명 '최진실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주요 포털사이트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며, 법무부도 법 개정 형식으로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관련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명확히 할 것은 일명 최진실법은 최진실 사건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추진하던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이번 국회 회기내에 꼭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방송과 인터넷을 장악하지 못해서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사태, 촛불 정국이 MBC PD수첩과 다음의 아고라 때문이라고 믿는 현재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故 최진실 자살 사건을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인터넷 관련 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이 더 솔직한 분석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故 최진실의 자살 이유와 관련해서 인터넷의 악플이 많이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인것 같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보자. 일명 최진실법이 생기면 악플이 없어질까? 악플에 대해서 처벌을 하면 제2의 최진실, 나훈아와 또다른 피해를 입는 연예인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사실 따지면 악플이 문제가 아니라 악성 루머가 문제다. 악성루머, 근거없는 소문, 카더라 통신을 인터넷에 옮기는 것을 악플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악플에 대해서 처벌한다고 그 악성루머, 근거없는 소문이 없어지냐는 것이다.

얼마전 1970년대 유명 여배우 정소녀가 KBS 2TV 아침 토크쇼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에 나와서 '흑인아이 출산설', '아프리카 가봉 대통령과의 연관설'은 터무니없는 소문이라며 그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70~80년대 연예인과 관련한 악성 루머는 이 뿐만 아니다.

분명한 것은 1970년대에는 인터넷이라는 게 존재조차 없었던 때이다. 불과 10~15년전만 해도 인터넷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연예인과 관련한 악성루머는 적지 않았다. 

돌이켜보자. 연예인과 관련한 무슨 소문이라도 났다 하면 우리 어머니가 동네 미용실과 목욕탕에만 다녀오면 다 알 수 있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을 찾아간다. 민심,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택시에서 많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면 운전하시는 분들 10명 중에 적어도 3~4명은 세상사는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된다.

직장가 주변의 퇴근시간 이후의 포장마차나 호프, 고깃집을 가봐라. 10 테이블이 있다면 적어도 3~4 테이블은 정치 얘기하고, 연예인 얘기한다.

동네 미용실, 택시, 포장마차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정치, 연예인과 관련한 얘기들은 모두 맞는 말일까? 그 중에 틀린 소리가 없을까? 

그렇다고 동네 미용실을 다 없앨 것인가? 선거철만 되면 택시 안에서 대화를 감청하고 금지라도 시킬 것인가? 언론들은 인터넷 가지고 뭐라고 하면서 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스포츠신문과 주간지, 여성지들과 관련해서는 왜 아무 말이 없나?

물론 인터넷만의 특성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말로 하고 귀로 듣고 신문으로 보이던 글이 인터넷에 글로 명문화되어서 올라가면서 그 파급 속도는 실로 엄청나게 빠르다. 

공공의 사안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정기능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토론의 과정을 통해서 걸리지기도 하지만 연예인이나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검증과 토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화기능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빠르기의 문제이지 그 내용의 문제와는 다르다. 인터넷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물질만능주의화 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에서 그 해답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영어, 수학 성적으로 모든 인생이 나뉘어 지는 것이 아니라 철학, 보다 근본의 인문학의 발전과 사회의 성숙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통제, 장악 의도를 일명 '최진실법'으로 포장하는 것은 정략적인 의도로 보인다. 망자에 대한 도리도 아닐 것이다. 
Posted by 강정훈닷컴 정훈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