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2009.05.28 01:57

지난 주말 이후로 계속 마음이 무겁다. 봉하마을까지는 아니더라도 덕수궁 앞이라도 나가봐야 하는데 요즘따라 바쁘다. 벌써 2백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전국의 분향소에서 참배했다고 하는데 그냥 지나치면 평생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금요일 영결식 현장이라도 나가봐야 하는데 가능할런지 모르겠다.


아침 출근길. 행사 때문에 사무실이 아닌 코엑스로 향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발산역쪽으로 갔는데 마침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모습을 볼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분향소인 듯 싶다. 차마 이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대통령 시절에 어느 시민이 받은 글인 듯 싶다. 

나라와 국민은 언제나 이기는 길로 가야 합니다 ... 대통령 노무현


글쎄... 무슨 느낌이랄까. 국화꽃을 놓고 절할 때 솔직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무런 기원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함이나 분노 같은 느낌은 아니다. 그냥 허탈함... 


노사모 활동을 하거나 노빠 까지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노무현을 대체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원칙이라는 것,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옳고 바름의 기준에 의한다는 것... 눈 앞의 이익이 아닌 길게 볼 수 있는 진리, 가치라는 것을 대입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다른 대안이 생길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보다는 허탈함이 더 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노무현 대통령을 2번 가까이서 만난 적이 있다. 2번 모두 2002년이었던 듯 싶다. 

첫번째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고 있을 때 익산이었던 듯 싶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대전에 갈 일이 있었다가 혼자 차 핸들을 익산으로 틀었던 듯 싶다. 어느 체육관이었던 것 같은데 출입구에서 서 있다가 지나가는 당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노무현 후보와 눈이 마주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또 한번은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당선되는 날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세상이 바뀌는구나 하는 심정으로 들떴던 그날 밤. 한 후배가 자원봉사를 하던 여의도 개혁국민정당 사무실로 갔다. 시끌벅적한 사무실에 있다가 사람들의 박수속에 파묻힌 대통령 당선자의 옆모습, 뒷모습을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회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되었던 것이 88년 5공 청문회였던 것 같다. 노무현 뿐만 아니라 몇명의 청문회 스타가 태어났고 5공, 전두환, 5.18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중3때였는데 내 손으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 테잎을 샀던 기억도 난다. 광야에서를 들으며 감동을 먹었던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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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정훈닷컴 정훈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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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

    방금 발산역 분향소에 다녀왔는데. 저런 한산한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오늘아침만 해도 쓸쓸해보였던 분향소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2009.05.29 00: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